2025년 3월 30일, 종전 80주년 특집으로 NHK에서 방영된 러닝 타임 60분의 TV 스페셜 애니메이션입니다.
원작 만화가 있으며, 1945년 당시 있었던 오키나와 전투와, 해당 전투에 징병된 히메유리 학도대를 모티브로 한 작품입니다.
작품을 보기 전 히메유리 학도대에 대한 정보를 찾아본 후 감상하면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일본에서 만든 2차 대전 관련 작품에는 반감을 표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맨발의 겐>, <반딧불이의 묘> 같은 옛날 작품에서부터
비교적 최근에 이르러 <바람이 분다>, <이 세상의 한구석에>까지
전쟁 미화가 아닌 명백한 반전 색채를 가진 작품임에도, 덮어 놓고 싫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논지는 분명합니다.
2차 대전 당시 일본은 추축국이었고 또한 전범국이었으니, 민간인들이 겪은 아픔만을 내세우며 피해자 행세를 하지 말라는 거죠.
일본이 받은 고통도 크겠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나라가 일본에게 받은 고통도 큰 게 분명한 사실이니까요.
아무리 반전과 평화를 외치며, 슬픔과 참혹함을 그리고 있더라도
메신저가 악당이라면 누군가에겐 위선과 불쾌함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거겠죠.
그러한 의견 또한 저는 긍정합니다.
다만, 하나의 작품을 감상하고 이해함에 있어서는
고립된 잣대나 편견을 버린 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코쿤>의 음악은 우시오 켄스케 씨가 담당해 삼켜지고 토해내는 감정들이 잘 표현됐고
주문을 통해 형형색색의 꽃잎들로 발현되는 학도병들의 피에서는 비극적인 아름다움마저 느껴집니다.
군인들의 곁엔 반투명한 광채가 있어서, 그들에게선 현실과 환상의 구분이 애매해집니다.
주인공은 미군을 직접 마주하며 그 또한 악마가 아닌 자신과 다를 바 없는 청년, 시대의 희생자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죠.
코쿤에서는 그러한 순간순간을 꼭 붙든 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누에 고치에 스스로를 빗댄 주인공의 테마까지 놓치지 않고 말이죠.
코쿤은 가만히 서서 반전과 평화를 외치는 작품이 아닙니다.
주인공은 비극을 통해 슬픔을 느끼고, 아픔을 통해 강해지고, 전쟁을 겪으며 성장합니다.
절망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고, 자신을 말하며, 살아가는 법을 배웁니다.
번데기인 그녀가 성충이 되어 가는 드라마를 작품은 전쟁을 통해 그리고 있습니다.
슬프지만 어쩌면 조금 기쁘게도
80년 전의 그들과 지금의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은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자막 싱크는 Nanako 릴에 맞춰져 있습니다.